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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탐정 시리즈 사건 파일 #98 "미안함 그리고…" /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사람과 헤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싫어져서일 수도 있고, 다투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달랐다. 싫어서 헤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를 아끼는 사이였다. 그런데 연락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은 이사를 갔고, 한 사람은 그 자리에 남았다. 그 사이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고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서로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먼저 연락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8/25/20261 min read


첫 번째 단서
Q. 생각을 공유하거나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들과 헤어졌나요?
A.
“다른 나라로 이사하면서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던 교회 지인과 헤어졌어요.”
가까운 사람이었다.
단순한 지인이 아니었다.
마음을 나누던 사람이었다.
Q. 그냥 단순한 이사가 아니고 뭔가 숨기는 것이 있었나요?
A.
“남편 사업이 어려워서 사정을 다 말하지 못하고 떠난 거예요.”
사건의 첫 번째 단서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싸움도 없었다.
배신도 없었다.
미움도 없었다.
그런데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두 번째 단서
Q. 관계가 단절될 정도로 멀어졌나요?
A.
“저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언니도 저 못지않게 어려웠어요. 서로 연락하기가 민망했어요.”
여기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서로 연락하지 않은 이유가
서로 싫어서가 아니었다.
서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내담자는 상대방을 걱정하고 있었다.
상대방 역시 자신처럼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락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세 번째 단서
Q. 과거에 여유 있던 시절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맞나요?
A.
“아주 부자는 아니었지만 넉넉하게 살았어요.”
그 시절 두 사람은 신앙도 공유했다.
삶이 힘들면 종교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오자
삶뿐 아니라 신앙까지 흔들렸다.
Q. 경제적 문제로 진실을 가리고 몸과 마음이 다 힘들다고 합니다. 종교와 관련된 문제도 있나요?
A.
“예. 삶이 힘들면 종교를 찾아야 하는데 반대로 됐네요.”
경제적 어려움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흔들었고
신앙까지 흔들었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을 이어주던 끈이 하나씩 끊어졌다.
그런데 두 사람은 왜 다시 만나지 못했을까?
여기서 사건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관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Q. 둘은 물과 불의 관계입니다. 상극이면서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관계입니다.
내담자가 되물었다.
A.
“물은 불을 끄는 데 필요하고, 불은 물을 따뜻하게 하는 데 필요한 관계라는 말인가요?”
그렇다.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담자는 그 사람을 이렇게 설명했다.
“속이 깊고 배려심이 많아서 늘 남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에요.”
상대를 원망하고 있는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그리워하는 사람의 말이었다.
네 번째 단서
이번에는 내담자 자신을 살펴봤다.
Q. 그동안 마음 공부를 많이 했고 정리도 잘됐어요.
A.
“맞아요. 고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생각도 참 많이 했어요. 정리가 어느 정도 됐어요. 이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에서 중요한 변화가 느껴졌다.
예전에는 힘든 일을 감당하느라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달랐다.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이제 다시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할 수 있는가?
범인의 몽타주
이제 범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이사도 아니었다.
경제적 어려움도 아니었다.
신앙의 흔들림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 친구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순수함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내 사정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다.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힘든데 내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하지 않는 것에도 대가가 있었다.
관계가 끊겼다.
그리고 관계가 끊긴 뒤에는 또 다른 감정이 찾아왔다.
미안함.
마침내 범인
범인은 미안함이었다.
처음에는 배려처럼 보였다.
“내가 힘든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도 힘들지 않을까?”
“괜히 연락해서 부담을 주면 어떡하지?”
“이런 모습으로 다시 만나도 될까?”
그렇게 한 번 미뤘다.
그리고 또 미뤘다.
시간이 지나자 연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번에는 다른 이유가 생겼다.
“너무 오래 연락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연락해도 될까?”
미안함이 또 다른 미안함을 만들었다.
결국 마음속에서는
그 사람을 잊은 적이 없는데
현실에서는 점점 더 먼 사람이 되어갔다.
싫어서 떠난 것도 아니고
잊어서 연락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미안해서 연락하지 못했고,
연락하지 못해서 더 미안해졌다.
사건의 반전
그렇다면 처음의 ‘순수함’은 범인이 아니었던 것일까?
순수함은 범인이 아니었다.
다만 순수함 뒤에 숨어 있던 미안함이 문제였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
상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배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관계를 대신 결정해 버린 것이기도 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상대에게 직접 듣지 않고
혼자 결정해 버린 것이다.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
내담자는 이제 준비가 되어 있었다.
Q. 준비가 됐으니 시간 문제인 듯합니다.
A.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좋은 기회가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먼저 연락하는 것.
안부를 묻는 것.
그리고 오래 숨겨두었던 말을
조금씩 꺼내는 것.
“그때 사실 많이 힘들었어.”
“말하지 못해서 미안했어.”
“당신을 잊은 적은 없었어.”
어쩌면 재회는
거창한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상담을 마치며
이 내담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상대가 힘들까 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자신 때문에 상대가 불편할까 봐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관계를 지키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관계는 멀어졌다.
때로는 착한 마음도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내 마음을 숨기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해서
상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미안하다는 이유로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다.
그때 마음속의 배려는
어느 순간 벽이 된다.
이 사건에서 범인은 미안함이었다.
그러나 미안함의 끝에는
또 다른 감정이 있었다.
그리움.
그래서 사건 파일의 제목은
**「미안함 그리고…」**이다.
그 ‘그리고’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용기일 수도 있고,
재회일 수도 있고,
늦은 고백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저
“잘 지내고 있지?”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건에서 범인을 찾습니다.
저는 마음에서 범인을 찾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도 아직 잡히지 않은 범인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만든 마음의 구조를 함께 찾습니다.
전화, 보이스톡 또는 Zoom으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상담 예약 및 문의
www.mindinsite.ca
이 내담자의 사연은 허락을 얻어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개인 정보는 철저하게 차단했으며, 일부 내용은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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