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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탐정 시리즈: 사건 파일 #95_"헌신의 그림자 " /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기도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목회자가 이런 말을 한다면 조금 의외일 것입니다. 기도하고, 은혜를 구하고, 사람들에게 믿음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 그런데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기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종교를 의심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3대째 목사 집안. 성령 체험을 계기로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고, 그 순간 인생의 방향이 한꺼번에 정리되었다고 했습니다.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삶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 사춘기 자녀들.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갈등. 성도들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목회자의 현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에게 왜 이런 인간적인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일까. 그는 기도와 은혜로 해결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범인은 때가 되면 나타 납니다.
8/14/20261 min read


첫 번째 단서
마음에는 몇 개의 방이 있을까?
첫 번째 카드가 보여준 것은 흩어져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나는 물었습니다.
“마음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다는 카드입니다. 느낌이 있으신가요?”
그는 목사답게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깊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희노애락뿐 아니라 사랑, 미움, 욕망 같은 여러 감정이 있고,
동양에서는 오욕칠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일곱 가지 죄, 일곱 귀신의 비유, 고대 철학과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대답에서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이 사람은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어려운 사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심하지 않는 마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단서
인생을 바꾼 사건
두 번째 카드에는 인생의 기본 틀을 바꾸는 사건이 나타났습니다.
질문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큰 사건이 있었습니까?”
그는 성령 체험을 이야기했습니다.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건이 인생의 기본 틀까지 바꾸었습니까?”
“예.”
모든 갈등과 방황이 일시에 정리됐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인생의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목사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충실하게 걸어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너무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심리 탐정에게는 이런 사건이 가장 어렵습니다.
인생의 방향이 너무 확실하면 그 방향 자체를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단서
목사는 왜 눈치를 보는가?
다음 카드가 보여준 것은 조금 이상했습니다.
카드는 순수한 마음과 삶의 진행 방향이 정해져 있지만,
동시에 주저하고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나는 물었습니다.
“목사님이 눈치를 본다는 의미가 나옵니다. 관련된 상황이 있습니까?”
그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정했습니다.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닌데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는 행동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내가 눈치를 본다는 게 용서가 안 됩니다.”
그 한마디가 중요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에게 눈치를 보는 것은 인간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달랐습니다.
눈치를 보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기도를 했습니다.
은혜를 구했습니다.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영적인 상태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해도 안 되면 영빨이 떨어졌다고 하잖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범인의 몽타주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목사님은 믿음의 부족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믿음으로 인간적인 마음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것은 아닐까?
네 번째 단서
가족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상담이 깊어지면서 처음으로 균열이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믿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가족이었습니다.
사춘기 자녀.
아내의 현실적인 어려움.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목회 현장에서 마주치는 인간적인 갈등.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개인은 종교의 힘으로 인간적인 갈등을 극복할 수 있지만 가족까지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사건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만 책임지면 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목사이면서 남편이고,
목사이면서 아버지였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목회자이지만,
가족 앞에서는 한 사람의 가장이었습니다.
두 세계가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단서
목사는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가?
목회는 사람을 상대하는 현실적인 일입니다.
성도들을 평가해야 하고,
리더를 세워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결정도 해야 합니다.
나는 물었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빈부나 학력에 따라 성도를 차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배움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교회의 리더가 되고,
자연스럽게 목사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성도들은 목사는 돈 많고 똑똑한 사람을 선호하는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마디가 이어졌습니다.
“목회는 사람을 관리하는 현실입니다.”
그 순간 또 하나의 단서가 나왔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판단하시기를 원했습니다.
자신은 응답받은 대로 따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이 판단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인간의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단서
영성은 현실을 이길 수 있는가?
다음 카드에는 보이지 않는 공격과 방어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물었습니다.
“영적인 공격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영적으로 건강하고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영성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현실이 극복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습니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게 사람들로 얽혀 있으니까요.”
그 말이 이번 상담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장처럼 들렸습니다.
믿음이 현실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기도한다고 사춘기 자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기도한다고 경제적인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기도한다고 교회 안의 인간관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믿음은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그 자체까지 지워주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단서
월계관 뒤에 숨은 것
마지막 카드는 승리였습니다.
많은 사람의 환영.
월계관.
목회의 성공.
그러나 카드에는 이상한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가짜 추종자가 있을 수 있고, 마음의 불편함도 계속될 수 있다.
그는 그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교회 안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웃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 역시 기도로 해결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질문을 멈췄습니다.
이제 사건의 윤곽이 거의 완성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답을 몰라서 온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상담은 그 답을 새로 찾아내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던 답을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계속 불편한가?
마침내 범인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음의 불편함을 만드는 것은 목회자의 열정 아닐까요?”
그는 듣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온전한 종이 되고 싶은 마음. 그것도 욕심이라면 욕심 아닐까요?”
잠시 후 대답이 나왔습니다.
“맞아요. 그것도 욕심이라면 욕심이지요.”
범인은 욕망이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욕망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갖고 싶은 욕망도,
성공하고 싶은 욕망도 아니었습니다.
더 좋은 목사가 되고 싶은 욕망.
더 완전한 목회자가 되고 싶은 욕망.
하나님의 뜻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살아내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은 처음에는 헌신이었습니다.
그러나 헌신이 깊어질수록 그 뒤에 그림자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의 인간적인 한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졌고,
가족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부담이 되었고,
자신이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불편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완벽한 목회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인간적인 자신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하나님은 흠 없는 목회자를 더 좋아하실까요?”
그는 웃으며 목회자 세미나에서도 자주 나오는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가족과 교인들의 필요와 목회자의 사명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좁혀가는 것. 그것도 목사님의 역할 아닐까요?”
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인정했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그 순간 사건은 끝났습니다.
범인의 정체
범인은 믿음이 아니었습니다.
종교도 아니었습니다.
가족도, 교인도 아니었습니다.
범인은
헌신의 그림자
였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충실하고 싶었던 마음.
더 좋은 목회자가 되고 싶었던 마음.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싶은 마음.
가족과 교인들까지 좋은 길로 이끌고 싶은 마음.
모두 좋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마음도 지나치면 사람을 붙잡습니다.
헌신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순간
헌신에도 그림자가 생깁니다.
사건의 결말
이 목사님은 믿음을 잃어서 상담을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믿음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그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목회자는 다른 사람에게 기도하라고 말합니다.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믿으라고 말합니다.
견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목회자 자신도 때로는
“나도 힘듭니다.”
라고 말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정답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상담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믿음이 부족한 목회자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사명을 감당하려는 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발견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자신의 약함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에 더 힘들어집니다.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사람들은 사건에서 범인을 찾습니다.
저는 마음에서 범인을 찾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그 문제를 만든 마음의 구조를 추적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범인이 정말 범인인지,
혹시 그 뒤에 숨어 있는 다른 범인이 있는지,
질문을 통해 하나씩 확인합니다.
상담은 전화, 보이스톡 또는 Zoom으로 진행합니다.
※ 이 상담 사례는 내담자의 동의를 받아 일부 각색하여 작성했습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변경하거나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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