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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파일 #93 연애의 걸림돌 — 무의식 /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또 헤어져야 하나요?” 이별의 상처가 컸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말을 주고받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좋았던 기억까지 빛이 바랬다.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좋은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잘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전 연애에서 나타났던 문제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의견 차이였다. 그러나 의견이 달라지면 타협하기가 어려웠고,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가 길어지면 관계 자체를 의심했다. 내담자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나의 문제인지 상대의 문제인지 구별이 안 되니 해결도 안 됩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연인이었다. 그런데 상담을 진행할수록 용의선상에서 멀어져 갔다.

8/8/20261 min read

1

이별은 끝났는데, 같은 일이 시작될까

번째 단서

Q. 카드에는 인격적 성숙을 동반하는 사건이 있다고 나옵니다.
최근 어떤 일이 있었나요?

A. 최근 이별했어요. 마음의 상처가 컸습니다.
과정에서 인생 공부도 많이 했어요.

이별의 상처는 아물어 있었다.

그렇다면 사건은 이별 자체가 아니었다.

번째 단서

이번에는 죽은 왕이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와
죽음의 진실을 알려주는 카드가 나왔다.

Q. 왕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뭐라고 할까요?

A.
인생 별거 아니다. 즐겁게 살아라.”
그렇게 말할 같아요.

Q. 그렇다면 이별을 경험한 당신이
연애의 진실을 말한다면 뭐라고 하고 싶으세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A.

연애는 해도 힘들고 해도 힘들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잘해야 한다.”

연애를 포기한 사람의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었다.

번째 단서

옛날을 그리워하는 카드가 나왔다.

Q. 좋은 추억이 많았나요?

A.
많았어요.
그런데 이별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많이 주고받아서
좋았던 기억까지 색이 바랜 같아요.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다면 관계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이별의 원인은 어느 사람에게만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연애에서도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째 중간 수사보고

이별은 끝났다.

상처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도 되어 있었다.

그런데 관계가 깊어지자
이전 연애에서 나타났던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

이제 질문이 달라져야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났을까?” 아니라
관계가 깊어지면 나는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까?”

범인은 상대가 아닐 수도 있었다.

2

옳은 사람과 틀린 사람을 가르는 마음

번째 단서

선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카드였다.

Q. 선이 아니면 악이라고 판단하는 편인가요?
중간 지점을 불편해하나요?

A.
모르겠어요.

Q. 당신의 무의식은 선과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합니다.

잠시 대답이 돌아왔다.

A.

중간이 없어서 연애할 마찰이 생기나 봐요.”

순간 하나의 가능성이 생겼다.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성격.

부러지는 성격은 장점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릴 있다.

그런데 연애에서도 그것이 장점일까?

다섯 번째 단서

이번 카드는 생각이 다르면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Q. 생각이 다르면 타협하기보다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A.
맞아요.

타협하기보다는 결론을 내려야
다음 단계로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상대가 틀렸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옳은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요?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누구인가?

내담자가 기준이었다.

번째 중간 수사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도는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이었다.

생각이 옳다.

상대의 생각은 틀렸다.

그렇다면 상대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타협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바로잡아야 할까?

연애에서는 여기서 문제가 시작될 있다.

그런데 아직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여섯 번째 단서

현재 관계에 대한 카드가 나왔다.

Q. 지금의 관계는 열정적이지만 방향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떤 느낌인가요?

A.
방향성이라면 결혼 여부를 묻는 건가요?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결론을 내려야 하는 아닌가요?

Q. 그런데 열정에 비해 사랑에는 서툴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내담자의 표정이 잠시 멈췄다.

A.

“…… 헤어져 봐야 하나요?
얼마나 경험해야 하나요?”

여기서 상담의 방향을 바꿨다.

Q. 결혼을 전제로 하기 전에
사랑을 전제로 사귀는 로드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A.
서로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라는 건가요?

Q. 사랑을 확인하기 전에
사랑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침묵.

A.

“……사랑의 정의요?”

순간이었다.

결정적 단서

내담자는 연애를 많이 생각해 보았다.

이별도 경험했다.

상처도 받았다.

인생 공부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적은 없었다.

연애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연애는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옳은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3

마침내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곱 번째 단서

마음의 퍼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카드가 나왔다.

Q. 퍼즐 조각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퍼즐을 맞춰 적이 있나요?

A.
그런 생각은 해본 없어요.

마음은 그냥 마음 아닌가요?

Q. 연애에서 마찰이 생기는 것이
당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죠?

A.
다들 싸우고 화해하면서 결혼하는 아닌가요?

맞는 말이었다.

모든 갈등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 연애와 현재 연애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는지 찾기 전에
안에서 반복되는 원인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Q. 그렇다면 선악의 결정을 요구하는
당신의 무의식이 문제가 수도 있을까요?

A.

선악을 결정하는 문제인가요?”

범인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덟 번째 단서

문제는 선악 자체가 아니었다.

선악을 너무 빨리 결정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좋다.

나쁘다.

옳다.

틀리다.

이렇게 판단하는 순간
상대를 이해할 공간이 사라진다.

Q. 선악을 요구하는 무의식이
사랑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을 있습니다.

A.
사랑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감정 같은 아닌가요?

Q. 설렘 같은 감정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사랑은 훨씬 복잡한 심리 현상입니다.

A.
사랑이 그렇게 복잡해도 되나요?

질문이 오히려 중요했다.

사랑은 단순하지 않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견디는 .

내가 옳다고 생각해도
상대의 생각이 존재할 있음을 인정하는 .

갈등을 관계의 실패로 판단하지 않는 .

모든 과정이 사랑의 일부일 있다.

아홉 번째 단서

내담자가 다시 물었다.

A.

저도 많이 배웠어요.
그래도 부족하다면 언제까지 배워야 하죠?”

그리고 이어서 물었다.

문제가 마음의 퍼즐이라면
조각은 어디서 구하죠?”

질문에서 사건의 핵심이 드러났다.

내담자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명하고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다만 사랑에 필요한 성숙과 인생에서 필요한 판단력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판단력은 결론을 만든다.

사랑은 때로 결론을 미룰 아는 힘을 요구한다.

판단력은 경계를 만든다.

사랑은 때로 경계 안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공간을 만든다.

마지막 단서

범인은 상대가 아니었다

Q. 데이트하기 전에는 신나는데
막상 만나면 답답하고, 돌아서면 아쉽지 않나요?

A.

그래요.”

Q. 함께 있을 때는 신나는데
의견이 다르면 양보 없이 심각하게 다투죠?

A.

맞아요.
그런데 결론 없이 계속되면 헤어져야 같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Q.

사랑은 상대를 품을 공간이 있을 성장합니다.
그런데 당신에게는 공간이 충분히 만들어져 있을까요?”

침묵이 길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A.

“……상대를 품을 공간을
먼저 키우는 연습을 해야겠네요.”

사건은 여기서 끝났다.

범인은 연인이 아니었다.

상대의 성격도 아니었다.

이별의 상처도 아니었다.

범인은 옳고 그름을 너무 빨리 결정해 버리는
내담자의 무의식이었다.

무의식은 연애를 시작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성장시키지는 못했다.

사건 종결 보고서

내담자는 연애를 진심으로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판단했다.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행동은 옳은가.

관계는 계속할 가치가 있는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했다.

결론이 나지 않으면 불안했다.

그리고 결국 관계를 판단했다.

하지만 사랑은
판결을 내리는 일이 아니었다.

상대를 이해하기 전에 옳고 그름부터 결정하면
상대를 받아들일 공간이 사라진다.

상대를 받아들일 공간이 없으면
사랑은 시작될 있어도 성장하기 어렵다.

이번 상담에서 발견한 것은
내담자의 인격적 결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부러지는 성격이 연애에서는
때때로 가장 똑똑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담자는 이제 하나를 알게 되었다.

사랑은 상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음 안에 상대가 들어올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자리는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 없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사건의 진짜 범인은?

우리는 연애가 힘들면 먼저 상대를 의심한다.

사람은 저럴까.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이런 사람이 나타났을까.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이 바뀌었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번쯤 다른 곳을 조사해야 한다.

상대가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에도 범인이 있다.

그리고 범인은
언제나 나쁜 얼굴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성실함으로,
똑똑함으로,
원칙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으로

숨어 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바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건에서 범인을 찾습니다.
저는 마음에서 범인을 찾습니다.

당신의 연애에서도
사람만 바뀌고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면,

어쩌면 아직 찾지 못한 범인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담 사례는 내담자의 동의를 얻어 일부 각색하여 소개합니다. 개인을 특정할 있는 정보는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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