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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범인은 그 사람이었을까요?》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상담일지 64-6 "새로운 인생은 무엇으로 시작될까?"
상담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그녀가 가져온 고민은 단순해 보였다. "남자들이랑 어울리고 싶어요." 그 말만 들으면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을 따라가면서 처음의 확신은 조금씩 흔들렸다. 남자가 아니었다. 남편도 아니었다. 현재의 삶이 불행해서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였다. 그녀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7/16/20261 min read


상담을 마무리하기 전에 나는 다시 물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그녀는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를 찾고 싶어요."
처음 들었을 때와는 다른 말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운동도 하고 싶어요."
"몸을 다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책도 읽고 싶어요."
"사람들과 좋은 대화도 하고 싶고요."
Q. "왜 지금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끼세요?"
A. "제가 너무 오랫동안 저를 뒤로 미뤄둔 것 같아요."
그녀는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늦게 발견되었다.
자신이 없는 시간이 너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계속 역할로 살았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직원."
"집에서는 엄마."
"아내."
"그런데 그냥 저 자신으로 살아본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순간 처음 상담에서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남자들이랑 있으면 재미있어요."
어쩌면 그 말은 다른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느낌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 답을 대신 말하지 않았다.
상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내담자가 거의 답에 도착했을 때이다.
그때 상담자가 먼저 문을 열어버리면,
내담자는 자신의 발견이 아니라 상담자의 해석을 가져가게 된다.
Q. "그럼 앞으로 2막의 커튼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녀는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A.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그냥 어른이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생각하고 배우면서 나이가 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에는 처음 상담실에 들어왔던 사람의 모습이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마음을 부끄러워했다.
이상한 생각이라고 했다.
나이에 맞지 않는 감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느낀 설렘.
그녀가 찾던 즐거움.
그녀가 그리워했던 시간.
그 모든 것이 가리키던 곳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자기 자신이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제가 찾던 건 남자가 아니었네요."
"제가 다시 살아 있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바람을 피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자신이 왜 그런 마음을 느끼는지는 알지 못했다.
질문은 그 사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마음속 범인은 항상 처음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때로는 과거의 기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아주 늦게,
가장 마지막에야 알게 된다.
우리가 찾던 범인은 누군가가 아니라,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상담일지 64 마침
"정말 범인은 그 사람이었을까요?"
그녀가 의심했던 것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야 했던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