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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느와르 #111 내 마음이 수상해 / 범인은 늘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지.
"탐정님, 제 마음이 좀 수상합니다." 사건 의뢰인은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이었다. 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식당에서 일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경험이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캐나다에 살고 싶어졌다. 문제는 영주권이었다. 생각보다 길이 험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가능성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사장. 30대 초반의 미혼 남자였다. 키가 크고 인물도 좋았다. 젊은 나이에 제법 안정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하는 모습만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회식 자리에서 평소의 모습을 보고 나니 사람이 달라 보였다. 그날 이후였다. 자꾸 눈이 갔다. 사장의 말과 행동이 궁금해졌다. 출근하는 날이면 가슴이 뛰었고,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신기하게도 일은 전보다 덜 힘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좋으면 좋은 거지, 왜 마음이 이렇게 복잡할까? 탐정의 마음도 뛰었다. 사랑인가, 기회인가.
10/24/20261 min read


첫 번째 단서 — 스스로 읊은 죄목
탐정은 물었다.
"그 사장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방해하는군요."
"혼자 좋아한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목적이 있는 교제는 불손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탐정은 이 대답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의뢰인은 영주권이라는 동기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입으로 죄목을 먼저 읊고 있었다.
계산이 목적인 사람은 이렇게 스스로를 고발하지 않는다.
용의자가 사건 현장에서 제 발로 자백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무슨 죄인지는 본인도 모르는 듯했다.
두 번째 단서 — 너무 많은 용의자
그 식당에는 의뢰인 말고도 젊은 여성 직원이 여럿 있었다.
그들 역시 영주권자가 아니었다.
의뢰인은 문득 동료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저 사람들도 사장을 괜찮게 생각할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동료 앞에서는 묘한 경쟁심도 생겼다.
사장은 모든 직원에게 한결같이 대했다. 의뢰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적도 없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의뢰인의 마음속에서는 벌써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상대는 출전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경기장에 들어가 있는 셈이었다.
경쟁심은 용의선상에서 한 칸 내려갔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 다음에 따라붙은 증상이었다.
세 번째 단서 — 나는 달인가, 태양인가
탐정은 조금 다른 각도의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달인데 태양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까? 빛을 반사해서 아름답지만,
스스로 빛을 내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의뢰인은 망설이지 않았다.
"저는 늘 그래요. 스스로 빛나는 존재이고 싶어요."
탐정은 이 한마디를 사건 파일에 따로 적어 두었다.
스스로 빛나고 싶은 사람에게, 영주권이라는 남의 빛을 빌리는 듯한 마음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사장이 좋아졌다는 사실보다 그 안에 계산이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마음을 스스로 허락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네 번째 단서 — 이성이라는 알리바이
"이성이 강한 사람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행동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감정에 충실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확신이 안 서요."
감정을 따르고 싶다고 의뢰인은 말했다. 마음은 이미 방향을 정했는데, 발걸음이 나가지 않는다.
마음이 가자고 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옷깃을 붙잡고 있었다.
의뢰인은 이 마음이 순수한지, 목적이 섞였는지, 상대에게도 가능성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따졌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었다. 사장이 있는 곳에서 아무 일도 없는 척 서 있는 것이 힘들었다.
마음이 점점 통제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통제하려는 힘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다섯 번째 단서 — 친구들의 증언
의뢰인은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친구들의 증언은 간단했다.
"좋아하는 거 맞으면, 마음을 보여 줘야지."
의뢰인은 이 말을 듣고도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마음을 보여 주는 것과 목적을 위해 접근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그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주변의 증언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그런데 의뢰인 안에서 그 마음을 막아서는 누군가가 있었다.
진범 공개
탐정은 사건 파일을 펼쳤다.
사랑은 범인이 아니었다. 가슴이 뛰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영주권도 범인이 아니었다. 캐나다에 살고 싶은 마음은 숨길 이유가 없는 진심이었다.
경쟁심도 범인이 아니었다. 마음이 움직인 뒤에 따라온 그림자였다.
진범은 자기 마음을 심문하는 또 하나의 마음이었다.
의뢰인의 이성은 마음속에 취조실을 차려 놓고 있었다. 가슴이 뛰면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고,
기분이 좋아지면 목적이 있는 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조서를 꾸미고 피의자로 세웠다.
"당신의 마음은 수상한 게 아닙니다. 너무 열심히 수사받고 있었을 뿐입니다."
탐정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은 균형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성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당신은 감성도 풍부한 사람이에요. 사랑과 기회는 꼭 둘 중 하나여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에 현실적인 기대가 섞였다고 해서, 그 마음이 가짜가 되지는 않습니다."
너무 깊이 따지면 오히려 판단을 그르친다. 심사숙고도 필요하지만 과유불급도 있다.
의뢰인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준비를 해 보겠습니다."
탐정은 사건 파일을 덮었다.
사장의 마음은 아직 알 수 없다. 영주권 문제도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
그녀는 사장의 마음을 수사하기 전에, 자기 마음부터 범인으로 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취조실에서 풀려난 그녀의 마음은, 사장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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