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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느와르 #109 "내 마음도 체포되나요?" | 범인은 늘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지

“내 마음이 말을 안 들어요. 제멋대로 행동합니다. 체포할 방법이 없을까요?” 수사 의뢰인은 지적이고 세련된 4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체포해 달라니. 수사 경력에 없는 의뢰였다. 남의 마음도 아니고 자기 마음인데, 그 마음 하나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이라고 해서 주인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조금 이상했다. 남편에게도 별다른 문제가 없고, 의뢰인에게도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다. 그런데 마음은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수사를 시작했다.

10/11/20261 min read

첫 번째 단서 — 남자였다면?

의뢰인은 다재다능하고 창조적인 사람이었다. 능력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남자였다면 큰일을 했을 거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많이 들었어요.”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꽤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남자였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이쯤 되면 단순히 성별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의뢰인이 원하는 것은 남자의 몸일까, 아니면 남자에게 허용된 삶일까?

수사 노트에 첫 번째 질문을 남겼다.

그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을까?

두 번째 단서 — 집이 답답하다

“가슴이 답답해요. 세상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어요.”

아이들은 자랐다. 집에서 해야 할 일도 예전과 달라졌다. 그런데 마음은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집이 답답하고, 남편이 답답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답답하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편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었다. 왜 이제 와서 모든 것이 답답해졌느냐는 것이었다.

의뢰인은 원래 전업주부보다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집에 있기를 원했다. 의뢰인은 남편의 뜻에 순종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사라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직업? 기회? 아니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아직 범인을 지목할 수는 없었다. 다만 오래된 사건 하나가 이번 사건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서 — 다시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의뢰인은 더 늦기 전에 일을 찾겠다고 남편을 설득했다. 남편의 동의를 얻었고, 마침내 일자리도 구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린 셈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새 직장의 사장이 너무 멋있다는 것이다.

“제 이상형인가 봐요. 퇴근하면 다시 출근하고 싶어요.”

마음이 꽤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었다.

의뢰인은 스스로를 달래 보기도 했다. 이러면 안 된다고 타일러 보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머리는 안 된다고 하는데 마음은 그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퇴근할 때마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출근을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됐다.

이제 사건은 단순한 직장 적응 문제가 아니었다.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 뒤, 그녀의 마음은 왜 이렇게까지 요동치는 걸까?

그 남자가 범인인가?

아직은 아니다. 수사관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눈앞에 나타난 용의자를

너무 빨리 범인으로 확정하는 일이다.

네 번째 단서 — 누구를 버텨야 하는가?

카드의 메시지는 묘했다.

거의 다 왔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조금만 버텨라.

의뢰인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난감해졌다.

“남편과 새로운 남자 중 어느 쪽을 버티라는 말일까요?”

질문이 날카로웠다.

한쪽에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남편이 있었다.

다른 쪽에는 자신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게 끌리는 남자가 있었다.

남편은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남자를 향한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의뢰인은 자기 마음을 체포해서 남편에게 돌려놓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잠시 멈췄다.

마음을 체포해 남편에게 돌려놓으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일까?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난 이유를 모른 채 붙잡아 놓는다면,

같은 사건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다섯 번째 단서 —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제 마음은 새 남자를 강하게 따라가요. 머리는 안 된다고 하죠. 제가 뭔가에 홀린 걸까요?”

이 사건에는 뚜렷한 가해자가 없었다.

남편이 나쁜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었다. 새로운 남자가 의뢰인을 유혹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의뢰인 자신도 누군가를 배신하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마음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의뢰인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야 해요. 중간이 잘못된 것이면 되돌려야 해요.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요.”

수사관은 그 말을 기록했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뭔가 잘못되었다.

이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새로운 남자를 따라가야 하는지 답을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그 남자일까, 아니면 그 남자를 통해 비로소 느끼게 된 자기 삶의 가능성일까?

두 가지는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사건이다.

새로운 남자에 대한 감정이 진짜라고 해서 반드시 그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그 감정을 억누른다고 해서 지금의 결혼생활과 자신의 삶이 저절로 만족스러워지는 것도 아니다.

끌림은 중요한 단서다. 그러나 그 자체가 최종 판결은 아니다.

수사 보류 — 체포는 아직 이르다

의뢰인은 자신의 마음을 체포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할 수 없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원했던 삶은 무엇이었는지, 남편의 뜻에 순종하면서 포기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새 직장에서 느끼는 생동감과 새로운 남자를 향한 감정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더 깊이 살펴봐야 했다.

그녀의 마음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너무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것인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마음은 명령한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억누른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언제나 정답인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의 수사 목표는 마음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왜 그토록 강하게 달아나려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다.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하지만 마음이 향하는 곳에 범인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조사해야 할 대상은 새로운 남자도, 남편도 아닌,

지금까지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뤄 왔던 의뢰인 자신인지 모른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범인은 늘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지.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러 오지만, 저는 문제를 만든 마음의 구조를 함께 발견합니다.

좋은 질문은 마음속 깊이 숨겨진 답을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답이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내 마음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끼시나요? 마음은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아직 질문을 받아 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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