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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파일 #105 _신의 뜻과 상담의 차이 | 마음에도 범인은 있다

선교사가 되려는 사람이 상담을 신청했다. 이미 기도도 충분히 했다. 주변 사람들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의 조언도 들었고, 용기도 얻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긴 시간 고민했다. 그런데도 상담을 신청했다. 탐정의 수사 본능을 자극했다. 아직 결정을 못 내린 사람일까? 아니면 이미 결정을 내리고도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한 번 더 확인받고 싶은 사람일까? 수사는 여기서 시작됐다.

9/26/20261 min read

첫 번째 단서

“기본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계십니다.
부족함이 별로 없으시네요.”

“네.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제가 누리는 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선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용의자가 등장했다.

‘더 많이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보상을 얻기 위해 가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담담하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진술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두 번째 단서

카드는 그가 순전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도 인정했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여기까지는 너무 완벽했다.

충만하다.
감사하다.
보호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나누고 싶다.

그렇다면 사건은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 상담까지 필요했을까?

세 번째 단서

다음 질문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정확한 판단력과 직설적인 표현을 조금 절제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바로 반응이 왔다.

“인정합니다.”

추진력이 좋은 사람.

판단이 빠른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부딪히기도 하는 사람.

여기서 처음으로
선교라는 계획의 현실적인 위험요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하는 일이라고 해서
좋은 결과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가 가려는 길에는
신앙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필요했다.

네 번째 단서

그런데 이상한 질문 하나가 나왔다.

“타인을 내 파티에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그는 웃을 만한 질문에도
의외로 정확하게 답했다.

“바로 그 때문에 선교를 하는 겁니다.”

내가 누리는 은혜의 세계에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다.

순간 사건의 방향이 바뀌었다.

선교는 단순히
‘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내가 가진 좋은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방식’

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야 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선교인가,
아니면 자신이 믿는 세계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인가?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다섯 번째 단서

그리고 결정적인 문장이 나왔다.

“세상을 비추는 해가 아니라
빛을 반사하는 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는 이 말을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사명의식.

겸손.

자신이 빛의 근원이 아니라
받은 빛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의식.

겉으로 보면 아주 좋은 단서였다.

하지만 탐정은 좋은 단서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말일수록
한 번 더 뒤집어 본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이번 사건의 중심에 놓이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단서

이번에는 불편한 카드가 나왔다.

“일의 결과가 상처와 후회를 남길 것입니다.”

그는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걱정을 많이 듣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선교를 하지 말라는 신호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할 수는 없었다.

선교를 해도 상처가 생길 수 있다.

하지 않아도 후회가 생길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사람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러자 사건의 질문이 달라졌다.

“선교를 가야 합니까?”

가 아니었다.

“선교를 선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상처까지
나는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일곱 번째 단서

마지막 카드들은 이상할 정도로 분명했다.

“이제 출발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의 대답은 짧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순간
처음 상담을 신청했던 이유가 다시 떠올랐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왜 상담을 신청했을까?

신의 뜻을 묻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했다.

기도도 했다.

사람들에게도 물었다.

충분히 고민했다.

이번에는 단지

“인간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인가?”

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담사의 생각까지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담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범인은 너무 쉽게 보였다.

신의 뜻.

선교라는 사명.

더 나아가
‘
사명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

하지만 질문을 하나씩 통과하면서
그것들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을 대신 결정해 줄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결정에 가까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 놓치고 있는 인간적인 변수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추진력이 지나쳐 사람과 부딪힐 수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진 확신이
상대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도
상처와 후회를 남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빛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빛을 전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사건 기록

마지막 카드는
그가 세상의 파도를 잘 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하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처음부터 이 사람이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는 허락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
가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미 오랫동안
자신에게 질문해 왔던 사람이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믿는 것과
내가 선택하려는 것 사이에
인간적인 모순은 없는가.

그 질문에 대한 수사는
그에게 결정을 내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선택 이후를 보게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보다
선택한 뒤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이번 사건에서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애초에
범인이 없는 사건이었다.

그가 찾고 있었던 것은 범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즉 자신이었으니까.

그리고 사건은
출발선에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정말 출발하는 일뿐이었다.

"좋은 질문은 마음속 깊이 숨겨진 답을 만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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